티티캣클럽의 교차적인 의미에 대한 생각 정리

티티캣클럽에 모인 멤버들은 ‘길고양이의 밥과 물을 챙기며 안부를 걱정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동시에 각종 SNS, 뉴스, 주변 사람들을 통해, 내가 사는 동네 골목 곳곳에서 캣맘과 길고양이를 향한 혐오를 끊임없이 마주하고 있기도 했다. 멤버들은 이 현상에 대해 나름의 해석과 고민을 품고 모임에 나왔다. 각자 길고양이와 캣맘, ‘돌보는 여성’을 향한 혐오를 여성주의 시각에서 다룬 글과 콘텐츠를 꾸준히 접해왔고, 이 주제는 다양한 지점이 교차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공격이 나를 향할 때, 내가 사는 동네의 고양이들이 일부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당해 살고 있던 영역에서 쫓겨나고, 심지어 죽임까지 당하는 이 모든 상황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모였다. 티티캣클럽의 부재처럼 뭐라도 하고 싶어서.

두 회차 모임을 통해 우리에게는 길고양이X돌봄X여성혐오를 마주했던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안전한 장이 필요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티티캣클럽에서 오가는 고민을 누군가는 사소하고 시급하지 않은 무언가로 넘겨버릴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생명과의 안전한 공존, 지속가능한 돌봄에 대한 고민은 무시한다고 사라져버릴 이야기가 아니다. 조금 투박하지만, 명확한 해결책을 짠!하고 빠르게 낼 수 없지만 우리는 티티캣클럽에 모여 길고양이, 여성, 돌봄에 교차하고 있는 혐오와 폭력을 해체하고 우리의 언어로 함께 공부하며 풀어 나가보기로 했다.

돌봄=여성=캣맘? (돌봄을 여성의 가치라며 공격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돌봄을 여성적 가치로 치부하며 폄하하는 문화와 고정관념을 뿌리깊게 갖고 있다.

돌봄의 본질은 관계와 연결이다. 연결되지 않고 생명체는 생존 불가능하다. 보살핌 윤리는 돌봄노동이 가치 있는 일이므로 여성이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혀 아니다. (2021,정희진)

우리는 함께 읽은 위의 구절처럼 돌봄 역할이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동시에 ‘길고양이를 돌보는 ‘여성’에 초점을 맞추어 길고양이x여성혐오x돌봄 문제를 고민하면 결국 우리 스스로가 ‘돌봄=여성’의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하는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돌봄을 여성적 가치로만 여기는 지배적인 분위기, 여기서 또 다시 발생하는 여성과 약자를 향한 혐오의 굴레는 돌봄의 가치를 공론화하고 모두의 책임으로 풀어나가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돌봄을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방향을 지지하는 동시에 우리가 길고양이를 돌보고 싶은 여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티티캣클럽 멤버들은 여성의 역할로만 여겨지는 돌봄으로 부터 해방되고 싶으면서도, 길고양이를 향한 혐오에 맞서며 돌봄을 이어나가고 싶다. 이 마음은 모임에 나오기 전에도 각자 품고 있었지만 어쩐지 함께 고민과 경험을 나눈것만으로 힘이 생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길고양이를 ‘털바퀴’라 칭하며 밥을 챙겨주는 여성에게 온갖 욕설을 쏟아내는 인간들이 있고. 대학에는 이교내 길고양이 돌봄 소모임을 향해 페미모임이니 없애야한다, 페미가 돌보는 고양이는 오히려 공격의 대상이된다며 협박을 일삼는 이름모를 동료 학생들이 있다. 직접 보고 겪은 길고양이x여성혐오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함께 분노했지만 두려움에 떨지는 않았다. 멤버 신영님은 교내 길고양이 구조 모금 중에 ‘고양이는 너희들의(페미/여성) 이름을 걸고 도움을 청했기 때문에 결국 죽을거라는 협박에 시달렸지만 하루 밤만에 모금액이 모였고 고양이를 치료할 수 있었다. 하얀님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동네 주민과 마주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자주 막막해하고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다 인기척에 놀라 도망가기도 하지만 길고양이 돌봄을, 혐오세력을 설득하기 위한 고민을 멈출 생각이 없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우리 일상의 아주 작은 일에도 끊임없이 혐오와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지치는 일이다. 길고양이를 향한 폭력은 언제든 방향을 바꾸어 우리 주변의 무수히 많은 약자들을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자꾸만 참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티티캣클럽에서 다양한 생명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 고민하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낮동안의 일상을 마치고 녹초가되어 민우회 사무실에 모였던 수요일 저녁은, 어느 날 혼자 길고양이 사료를 부어주다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에 움츠러들다가도 이내 단단한 마음으로 계속 밥을 줄 수 있게하는 힘으로 남아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