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생존 여는 발언 조한진희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이 자리에서 뵙게 기쁩니다. 조한진희입니다. 약자생존은 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 한국여성민우회 다른몸들이 함께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모인 것은. 우울이나 자폐스펙트럼에 있다고 이상하다고 쑤근덕 거리는 사람들,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고 눈을 부라리는 사람들, 질병이나 장애가 있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의 저항을 보여주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오랫동안 몸이 아팠고, 현재도 투병과 완치 사이의 몸으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부터 아팠는데 제가 아픈 것을 두고, 건강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젊은 사람이 아프냐고 비난하는 사회를 보았습니다. 사회는 아픈 사람들을 쉽게 비난하더군요. 비단 아픈 사람 뿐만이 아닙니다. 주변을 돌아보세요. 성폭력 피해자에게 왜 늦게까지 그 시간에 거기 있었냐, 스토킹 피해자에게는 어떻게 행실을 했길래 그러냐고 비난하고, 심지어 장애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임신했을 때 뭐를 잘못 먹어서 애가 그렇냐는 말을 합니다. 우울증이 있는 이들에게는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하고, 성노동자에게는 게을러서 저렇게 산다고 합니다.
사회는 소수자들을, 약자들을 끊임없이 비난하고 낙인찍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개인에게 돌리는 방식은 우리가 아플 수 밖에 없던, 스토킹을 당하게 됐던,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성노동자로 살게 됐던 구조를 지우는 효과를 낳습니다. 이 사회는 ‘문제적 구조’를 지우기 위해, 개인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웁니다. ‘문제를 개인화’하고 책임을 개인화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그런 현실에 문제제기 하기 위해 오늘 광장을 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성소수자가 차별을 받는 건 그가 레즈비언이거나 게이인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성애중심 사회가 아니면 됩니다. 아픈 사람이 차별받는 것은 그의 질병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무한히 노동할 수 있는 젊고 건강한 몸을 요구하는 ‘건강중심 사회’가 아니면 됩니다. 자폐나 조현 스펙트럼이 있다고 차별 받는 것도 그들의 정서적 특성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지금의 신경전형인 중심 사회가 우리를 차별하는 것 뿐입니다.
우리는 약하고, 아프고, 이상하고, 미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소수자들을, 약자들을 시혜와 동정으로 보호해주는 사회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약자화하는 현실을 문제제기 하고자 합니다. 사회는 우리에게 쓸모없는 존재라고 말하며 주변으로 주변으로 밀어 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약한 사람이 강해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모두다 강해질 수 있는 경쟁이 ‘공정’하게 펼쳐지고 있는가를 묻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강해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함께 여기서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쓸모를 입증하라고 요구한다면, 소수자들의 가장 큰 쓸모는 저항이라고 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