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정신병

이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 생각을 하다보니까 저는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뭘 말할 위치가 되나?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왜 자신이 없을까? 생각해보니, 페미정신에서 다른 구성원이 했던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페미니스트라서 논리적이어야 하는데, 나는 정신질환이 있어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렇습니다. 저는 정신 질환자로서 지금 이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한가지 생각이 뒤이어 떠오르더라구요. 논리적이지 못하면 안되나? 정신질환자로서의 논리는 논리가 아닌가? 누구의 논리가 "논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걸까?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의 논리만이 논리적이라는 것만큼 "논리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 그제야 저는 이야기 를 써나갈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논리는 편향되어 만들어졌음을 드러내는 것이 페미니즘의 질문으로 가능하다면, 정신질환자로서 나의 질문도 한가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페미니스트가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번 다시 짚어보자면, 자신의 위치에서 누군가와 논쟁하거나 누군가를 설득하는 말하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쉽게 편향적인 것이 되어버립니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논리가 편향되어있음을 지워버리고, 페미니스트만이 그렇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기도 합니다. 또 하나,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다 라는 말로 욕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흔히 말해 “제 정신”이 아니고 그래서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가치가 없다는 것이겠지요. 누군가를 욕하기 위해 정신병을 끌고오 는 그들의 “논리”는 과연 논리적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계실 겁니다.

정상사회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언어를 발굴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논리적"이지 않고 구구절절한 것으로 여겨지는 정신질환자들의 이야기가,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 으면 합니다. 그 이야기들은 반드시 세상을 바꿀테니까요.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분들 너무나 감사합니다.